영남·강원 중진들 "문재인정권 몽땅 비판…‘보수통합 해야’ 90%"

중진의원으로부터 듣는다 - 지역별 추석 민심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0.07 13: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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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다. 정치적으로 바라보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전국 8도의 노·장·청 국민 여론이 확산되고 혼합되는 절기다.

특히 올해 설날과 추석 사이에는 그 어느 해보다 정치적 격변이 심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정권이 들어선지 5개월, 외교·안보와 국내정책 양쪽 측면에서 국민들 사이에서의 논란이 거세다. 정권과 국민 사이의 '허니문'이 끝난 지금, 추석을 맞이해 고향에 내려간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생각들을 털어놨을까.

여론 수렴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각 정당의 3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들로부터 추석을 맞아 지역의 민심을 직접 들어봤다.

①중진의원으로부터 듣는다 - 추석 호남 민심
②중진의원으로부터 듣는다 - 추석 영남·강원 민심


문재인정권 성립으로부터 어언 5개월, 그간 각각 '보수의 본산' '안보보수의 버팀목'이라 불리는 영남과 강원의 여론은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새 정권 출범 이후 '어디 어떻게 하나 지켜보자'라는 마음이 반, 나라를 위해 그래도 잘해주길 바라던 마음이 반이었을 것이다. 이후의 5개월은 탈원전 등 각종 정책이 영남에서 잇단 논란을 일으키고,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는 외교·안보적 미숙이 강원을 뒤흔들던 시간이었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여당 등 집권 세력이 동진(東進)을 노리는 가운데, 영남과 강원의 민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본지와 통화를 가진 영남·강원 권역의 중진의원들은 △문재인정권 평가 △보수합동 △지방선거 전망 등과 관련해 다양한 추석 민심을 전해왔다.


◆"청와대가 다 좌파라서 북핵에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

보수야당의 중진의원들이 입을 모아서 전한 것은, 새 정권 출범 이후 말을 아끼던 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이번 추석에는 다투어 정권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는 것이었다.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강원 등 지역구는 달라도 중진의원들은 추석 명절 동안 만난 국민들로부터 문재인정권의 △외교·안보 무능 △'퍼주기' 경제 정책 △노사 사이에서의 균형 감각 상실 △최저임금 직격탄 등과 관련해 많은 걱정을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4선·부산 서동)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전에는 의사표현을 안하던 분들도 외교·안보부터 퍼주기 경제까지 몽땅 다 비판하더라"며 "두세 달 전만 해도 말을 안하던 분들이었는데 너무 위험하다며…보니까 확 달라졌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당신들(한국당)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우리도 힘을 많이 실어줄테니까 정말 열심히 해달라고 하더라"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 권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4선·대구 수성을)은 "다양한 의견이 들리던데 북핵·미사일에 대해 정부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비판이 많더라"며 "대구가 보수의 본산이라 그런지 몰라도 '청와대가 다 좌파라서 북핵에 손놓고 있는 게 아니냐' '한미동맹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손놓고 엇박자 낸다'며 걱정이 많더라"고 말했다.

한국당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5선·울산 중)은 "최저임금 때문에 식당도 가족끼리 하겠다고 사람을 내보내고 심지어 불안감에 사업을 정리해야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실제로 지역 민심을 살펴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3선·강원 강릉)도 "시장에 가면 '대한민국이 5년만 존속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문재인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퍼주기를 한다'며, 장년층은 '앞으로 재정이 고갈돼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더라"며 "북핵·미사일에 대처를 못하고 있고, 노사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나치게 정책이 노동자 위주로 가는 걸 걱정하더라"고 혀를 찼다.


◆"보수통합하라는 게 90% 이상…모든 걸 내려놓으라 해"

이처럼 문재인정권의 독주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지역구 국회의원을 향해 하소연을 쏟아낸 국민들은 해법을 어디에서 찾고 있을까.

우려를 쏟아낸 지역민들은 보수 정치인들을 향해 '단결'을 주문했다. 보수야당의 중진의원들은 이번 추석 명절 동안 갈라져 있는 보수야당이 하나로 힘을 합쳐서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당부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권성동 의원은 "보수통합이 이 시대의 사명이라는 말씀이 당연히 나왔다"며 "'보수정치인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수통합에 매진하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고 밝혔다.

주호영 대표도 "'보수통합하라'는 게 90% 이상"이라며 "'문재인정권 독주를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하는데, 갈라져 있으니 민주당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역민들이) 마치 짜고나온 듯이 통합해야 한다 카더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은 보수합동에 관해서 지역민들의 당부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일부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자연스레 그런 움직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유기준 의원은 "인위적인 통합 시도를 안하더라도 그 전에 바른정당이 무너지지 않을까"라며 "(바른정당에서 탈당자가 나오면 한국당 복당 과정에서) 선별심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당을) 시켜줄 수 없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배신자들 받아주면 안 된다지만…정치로 풀어야"

이와 관련해서는 친박계 내부에서도 추석 민심을 해석하는 방향이 각각 다른 듯 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갑윤 전 부의장은 "많은 사람을 만나보면 지방선거에서 각각 후보를 내기 시작해 3자~4자 구도로 가버리면 어렵게 되니까 당을 합쳐야 한다는 우려들을 한다"면서도 "한편으로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보수 색깔이 짙은 분들은 '배신자들을 절대로 받아주면 안 된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정갑윤 전 부의장은 이러한 민심을 마주하게 되면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내가 여러분들보다는 정치에 대해 조금 더 알지 않느냐"라고 설득한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을 (김이수 전) 헌재소장(후보자)처럼 (국회 인준 과정에서) 날렸어야 한다고들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를 막고 다시 한 번 민심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도록 날렸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격앙된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판에서는 숫자로 못 이기면 안 된다"며 "결국 우리가 좋든 싫든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건없이 보수합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도 이러한 정치권 기류를 의식한 듯 "합쳐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지역민들에게) 막상 합치는 일 자체가 간단치는 않다고 말한다"면서도 "간단치는 않겠지만 크게 보고 (보수를) 합쳐야 하지 않느냐는 게 (정치권의) 주류"라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한 군데라도 밀리면 영남 전체 밀린다"

내년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같은 영남에서도 대구·경북보다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우려의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동진 정책 앞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지역민의 불안감이 반영된 듯 했다.

부산·울산·경남의 중진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염려하면서도, 일단은 신중하게 재선에 도전하는 현역 단체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유기준 의원은 "서병수 시장이 열심히 분발하고 있더라"며 "지난 번에는 (오거돈 전 장관을) 겨우 이겼는데, 다행인 것은 (추석 동안 지역을) 다녀보니 상대방도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 민심을 전했다.

아울러 "부산은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지역이니 '직접 나서라'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더라"면서도 "부산에 나부터 신경을 많이 쓰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방선거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갑윤 전 부의장도 "(울산시장에 직접 출마하라는) 이야기들이 많던데 '안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김기현 시장이 좀 더 긴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김기현 시장에게 '내가 너와 무슨 경선을 하노, 너 아니면 당선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도록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시장이 잘하고 있는데, 내가 나설 '군번'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중앙정치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정갑윤 전 부의장은 "영남을 한 군데라도 내주면 영남 전체가 밀리게 된다"며 "여기는 내줄 수 없는 곳이지만 지금의 구도로는 (지켜내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에, 중앙당이 어떻게든 해야 되겠다"고 재차 보수합동을 통한 지방선거 보수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실었다.


◆"의원통합 아니라 지지자 마음 모아야 진정한 보수통합"

강원에서는 지역 의석 분포에서 보수야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안보보수의 버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도백(道伯)은 벌써 2대째 현 여권의 최문순 지사가 맡고 있다.

최문순 지사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수야당으로서는 이에 맞설 후보감이 적당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강원도지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우리 당에 지사감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면서 '지방선거에 나갈 것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더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뿐만 아니라 서울·인천·경기 등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의 지방선거 판세와 관련해 보수합동이 선거전의 승패를 가를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역시 보수가 하나로 뭉쳐 문재인정권에 맞서기를 원하는 지역민들의 여망이 반영된 듯 했다.

주호영 대표는 "보수통합은 의원들만의 통합인 의원통합이 문제가 아니라, 보수 지지층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지방선거에서 길이 보인다"며, "바른정당 당원이 8만 명인데, (바른정)당이 남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보수통합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는 몇백 표로 당락이 결정된다"며 "위기가 가까울수록 사람들의 양보하는 마음도 커지니까 어떤 타결점이 나올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수정치인들의 '대승적 자세'를 당부했다.

◆"박근혜 출당, 의견 더러 갈려…나라를 구하면 박근혜도 구해진다"

지금의 보수 양분 사태를 낳았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와 그로 인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관련 재판, 자유한국당 일각에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黜黨)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영남 지역민심도 팽팽히 갈라져 있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야 한다'는 민심의 한 흐름이 있는 반면 '문재인정권에 맞서 나라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흘러간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또다른 민심의 갈래가 병존하는 현실이 중진의원들의 전언으로 읽혀졌다.

유기준 의원은 "(추석 명절 때 만난 지역민들이) 전부 다들 나를 붙들고 '박근혜를 석방시켜달라'고 그러지 않겠느냐"며 "(석방은 못 시킬 망정 출당은)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것이고, 그것은 배신이 되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정갑윤 전 부의장도 "여기가 영남이니까 '박근혜가 쇠고랑을 차고 재판에 나오는 것을 일주일에 네 번씩 꼭 보여줘야 하느냐'고 하는 분들은 있더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 아무래도 이 지역은 민감한 게 사실"이라고 수긍했다.

다만 정갑윤 전 부의장은 보수합동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와 관련해서도 지역민들의 의견이 갈리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갑윤 전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일장일단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들이 더러 갈리더라"며 "나는 '지금은 나라부터 구해야 한다, 나라를 구하면 박근혜도 구해진다'고 호소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이처럼 범(汎)보수세력 설득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관해 정갑윤 전 부의장은 "쟤(민주당)들은 여하한 일이 있어도 무슨 이름을 갖다붙이든 단일화를 해내니까 (지방선거가) 걱정"이라며 "(보수가 이대로) 갈라져 있으면 시장이고 교육감이고 우리 보수는 무조건 지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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